내가 어릴 때 살던 서울 홍은동의 집은 마당의 평수가 60평이었다. 그 이전에는 더 넓은 집에서 살았었는데 돈암동에 살 때는 동네 아이들이 우리 집의 마당에서 자치기를 할 정도였으니까 무척 넓은 집이었을 것이다. 그 때의 크기는 잘 모르겠지만 홍은동의 집은 정확히 그 크기를 안다.

초등학교를 다니던 때였으니까 아마도 노는 것도 늘 그 수준이었겠지만 우리 집의 마당에서 불놀이를 하곤 했다. 그리고 마당 한편에는 나만의 독서실이 있었는데 부록크로 얼기설기 만들어 놓은, 그 크기가 조금 큰 개집 정도였지만 그 안에는 수백권(천권이 넘을 수도 있다)의 만화가 저장되어 있어서 그 안에서 나는 늘 만화를 보면서 나만의 사색(?)의 공간을 가질 수 있었다.

마당이 무척 넓어 보였는데, 그 마당에는 오이며 호박, 상추 같은 채소를 비롯해서 각종 꽃들이 가득했었다.

마당 한가운데는 나무가 한 그루 서있었는데 그 나무의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조그만 나무를 옮겨 심었는데 잘도 자라서 꽤 컸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나무에다가 꼬챙이로 찔러서 물이 그 구멍을 통해서 나오는 것을 보고 무척이나 신기해 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우리 집의 마당은 내가 누릴 수 있는 상상과 현실의 세계의 전부였을 것이다. 강아지도 있었고, 겨울에는 썰매를 탈 수도 있었다.

여름에는 평상도 있어서 그 위에 누워서 밤하늘의 별도 볼 수 있었다. 아버지가 유리로 만들어 매달아 놓은 풍경 소리를 들으면서 잠이 들기도 했다.

지금 인생을 오십 중반을 넘어서면서 어릴 적의 무척 넓었다고 기억되던 공간은 지금 나에게는 아주 좁은 공간으로 변해있다. 별로 의미도 없어 보일 수도 있는...

갖고 싶은 것도 참 많았었는데....
하고 싶은 것도 참 많았었는데....
그러나 그런 것들이 없다고 슬퍼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 시절에는....

사는 것이 고단하게 느껴진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그 상황이 힘들어서이기 보다는 그 상황을 내 것으로 오붓하게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어제는 비가 내렸다. 아마 첫 비인것 같다. 비가 처음 내리면서 메말랐던 아스팔트가 젖어가면서 내는 퀴퀴한 냄새가 머리를 아프게 한다. 그런데 밤새 내린 비는 또 다른 맑음을 만들어 내었다.

비가 어릴 때의 추억을 몰고 왔다.
(2006.10.8)